야스다가미 종이
야스다가미는 내구성과 순백색이 특징인 일본 수제 종이(와시)의 일종입니다. 아리다가와의 역사적 지구인 시미즈에서 약 360년 동안 제작되었습니다. 야스다가미는 구 기슈번(현 와카야마현)의 이름을 따서 ‘기슈 수제 종이’로 불리기도 합니다.
야스다가미의 역사
근대 초 일본에서 가장 귀했던 생필품 세 가지는 쌀, 소금, 종이였습니다. 도쿠가와 요리노부(1602~1671)가 1619년 기슈의 다이묘(일본의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번 등의 영지를 소유하였던 영주)가 되었을 때, 기슈번에서 쌀과 소금은 생산하고 있지만 종이는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리노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촌장이었던 가사마쓰 사타유(1598~1673)에게 아리다가와에 제지 작업장을 세울 것을 지시했습니다. 사타유는 다른 번으로 가 제작 방법을 배우려 했지만, 영업 비밀을 지키고 싶었던 장인들은 그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다 사타유는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제지로 유명한 지구이자 오늘날 나라현이 된 요시노에 잘생긴 젊은 청년 세 명을 보내 정착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들은 점차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고, 머지않아 모두 현지 출신 여성과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세 여성 모두 종이 장인이었죠. 청년들은 신부와 함께 아리다가와로 돌아왔습니다. 이들의 지식은 아리다가와가 자체 종이 산업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성기에는 무려 400가구가 우산, 부채, 서류, 기타 일상용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종이를 제작했습니다.
야스다가미 제작
야스다가미 제작은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요구되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까다로운 공정입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작업은 손으로 직접 합니다. 종이의 주재료는 1월에 벌채하는 닥나무 변종의 껍질입니다. 껍질을 벗겨내어 세척한 후 겨울바람에 건조되도록 두었다가 끓여서 깨끗한 상태로 건져냅니다. 그런 다음 물에 담가 섬유가 부드러워지고 분리되도록 두드립니다. 그리고 섬유는 닥풀꽃 뿌리에서 추출한 점성 물질이자 바인더 역할을 하는 ‘네리’와 함께 푹 담가 둡니다. 바인더는 습도와 온도에 양을 맞춰 사용합니다. 비율은 전적으로 경험과 직감에 따라 정해집니다. 망을 씌운 나무 틀을 슬러리에 담그고 균일한 펄프층이 형성될 때까지 흔듭니다. 완성된 시트는 꾹 눌러서 과도한 물기를 제거하고 정성스럽게 나무 건조판에 펼쳐 붙입니다. 너무 세게 바르면 시트가 찢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약하게 바르면 시트가 판에 붙지 않아 햇볕에 건조할 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야스다가미
1900년대에는 대량 생산 종이와 서양식 캔버스 우산으로 인한 경쟁으로 일본 종이 시장이 급격히 축소됐고, 야스다가미 생산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피해가 심각했던 1953년의 홍수로 남아 있던 제지 작업장 다수가 파괴되었습니다. 1979년, 살아남은 제지업자들은 기술을 전수하고 제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힘을 합쳐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비전은 체험교류공방 와라시로 이어졌습니다. 이곳은 전면 가동 제지 작업장으로 방문객들이 직접 와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